[이데일리]2014. 4. 6 국내 첫 우주산업체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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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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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기자 leesh@
국내 첫 우주산업체 모임(우주기술진흥협회) 지난달 출범
류장수 초대회장 "초창기 정부지원 필요..대형 우주전문기업 육성해야"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해 초 ‘나로호’(KSLV-1)를 쏘아올리며 세계 11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자국 인공위성·우주센터·우주발사체 구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세계 우주산업(3000억 달러 규모)에서 우리 기업의 비율은 0.1% 가량(매출 기준)으로 우주산업 측면은 극히 미미한 편이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흐름에 동참하고 나섰다. 총 66개의 국내 우주 산업체 및 연구소의 모임인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가 지난달 25일 첫 걸음을 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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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수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회장(AP우주항공·AP위성통신 대표). AP우주항공 제공 | |
이 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류장수(62) AP우주항공·AP위성통신 대표는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주산업은 소량 다품종의 고부가가치 산업을 일으키는 바탕이 된다”며 “지금은 (우주산업) 초창기여서 정부가 지원을 해줘야 하고 나중에는 경쟁을 시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류 회장은 정부 지원책으로 국내 부품에 대한 부가가치세(10%) 환급과 통신 부문의 규제완화 등을 언급했다. 그는 “협회라는 공식채널이 생긴 만큼 (산업체들의) 어려움을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사실상 존재감이 없는 우리의 우주산업 비중을 장기적으로 1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의 우주산업 발전모델을 우리가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70년대 미국과 구소련은 우주개발을 냉전시대의 체제경쟁 수단으로 이용했지만 프랑스는 철저하게 상업적 측면에서 접근했다”며 “우리도 프랑스의 ‘아리안스페이스’(Arianespace)와 같은 대형 ‘우주전문기업’을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아리안와 같은 대형 우주전문회사가 등장한 뒤 그 밑에 대기업들이 특정분야에 대해 특화를 하고 이를 기술력이 되는 수많은 작은 기업들이 받쳐주는 우주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산업 발전에 따른 무형의 가치 제고도 빼놓을 수 없다. 류 회장은 “우주산업은 국가의 자존심과 관련된 것으로 인식이 된다”며 “우주로켓을 쏘고 달나라까지 보내면 국가 위상과 브랜드도 함께 높아진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 금천구에 있는 AP우주항공·AP위성통신 본사에서 이뤄졌다. AP위성통신은 위성휴대폰 생산업체로 유명하며 AP우주항공은 현재 한국항공우주(047810)(32,350원 850 -2.56%)산업(KAI)과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3A’의 본체를 만들고 있다. 류 회장은 과거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근무한 ‘로켓 전문가’로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지난 1999년 ‘아리랑 1호’ 위성 발사 프로젝트의 총 책임을 맡기도 했다. 2000년 현재 회사를 창업해 14년째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류 회장과의 일문일답.
- 우주 산업체들의 협회가 처음 설립됐다. 그동안은 없었던 건가.
△과학기술부 시절 등 과거에는 과학에서 산업을 강조하는 측면이 없었다. 항우연이 우주산업 분야까지 다 책임지는 체제였다. 이번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생기면서 경제 및 산업분야도 관장하다 보니 우주분야 산업체협회가 생기게 된 것이다.
- 66개 협회 회원들은 어떤 주문을 하고 있는가.
△먼저 기업들간 연구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이 핵심부품을 만들기 위해 함께 연구하는 기업 연구소들의 조합이다. 연구조합이 있으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서 줄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부품의 수입대체를 위해선 최소 3년은 고생해야 할 것이다.
현재 협회에도 우주산업 분야 대기업이 대부분 들어왔지만 이들도 특별한 우위는 없다. 대기업 중에서도 우주 전문기업은 없다는 뜻이다. 현재 우주 전문기업은 AP우주항공·AP위성통신, 쎄트렉아이(099320)(20,450원 100 -0.49%), KAI 우주파트 등 정도다. 우리 회사의 연간 매출액이 500억원에 가깝다. 전문기업이 되려면 연간 매출이 2000억~3000억원은 되야 한다.
-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인공위성 부품은 사실상 해외 제품을 그대로 갖다 쓴다. 주로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많이 들여온다. 그런데 이들은 우리와 달리 10%의 부가가치세를 안 낸다. 우리 기업은 경쟁입찰을 통해 받은 금액의 10%를 다시 내야하는 것이다. 해외 기업과 역차별을 겪고 있다.
우리가 부가가치세의 환급 또는 면제를 주장하는 명분은 지금이 우주산업 초창기이기 때문이다. 산업 초창기이니 정부가 도와달라는 것이다.
- 규제완화 등도 필요하지 않나.
△최근 우리 군이 사거리 500km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규제가 풀려서이지 않은가. 우주분야는 정말 어려운 규제가 많다. 정보 및 통신부문에서 풀 수 있는 규제가 있지만 정보기관에서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보기관도 보안문제 등 나름의 사유는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규제 때문에 개별 기업들이 끙끙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협회라는 공식채널이 생겼으니 산업체 어려움을 정부에 얘기할 것이다.
- 정부 외에 다른분야의 지원은.
△대학이 매우 중요하다. 우주항공학과가 있지만 정작 산업에 쓸 인력이 별로 없다. 우주항공 분야 교수들이 자기 전공분야만 몰두한다. 대학원의 경우 전자 및 통신분야 교수진과 연계해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키웠으면 한다. 맞춤형 교육 등을 통해 인력을 즉시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 민간영역에선 우주산업에서 특정분야에 집중하는 게 있나.
△지금은 우리 우주산업이 초창기이다. 이런 때는 어느 분야를 진출하겠다고 해도 부정적 의견이 많다.
그렇지만 우주산업은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려면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롤모델을 프랑스로 잡으면 된다. 프랑스는 1972년 국립항공우주연구원을 만들며 우주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당시 미국과 구소련은 우주개발을 냉전시대의 체제경쟁 수단으로 삼았지만 프랑스는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나갔다. 때문에 현재 세계 발사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아리안스페이스 같은 대형 우주전문기업이 나올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1970년 ADD를 만들었으니 시기 상으로는 늦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는 국방에 치중했고 프랑스는 민간 상업화에 집중했다.
- 우리나라도 우주산업 민간 활성화 프로젝트를 만드는 건가.
△우리 경제는 지금까지 재벌 중심의 대량생산 체제가 성공해 이만큼 성장했다. 앞으로는 소량 다품종을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기업을 일으켜야 한다. 우주산업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우주산업이 연간 3000억달러 규모인데 우리가 장기적으로 10%까지 점유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조선 등 다양한 분야에 엔진이나 통신장비 등을 공급하는 강소기업이 마구 쏟아져 나올 것이다. 고부가가치로 연간 1000~2000억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이 2000~3000개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는 100개가 채 안 되는 것 같다.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선 먼저 아리안 같은 대형 우주전문회사가 하나 있어야 한다. 그 밑에 대기업들이 부분체나 특정분야에 대한 특화를 하고 기술력을 갖춘 수많은 작은기업들이 받쳐주면 된다. 이러한 우주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 일반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주산업은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을 일으키는 바탕이 된다. 우주산업은 지금은 초창기이니 정부가 지원해야 하고 나중에는 경쟁시켜야 한다. 방위산업이나 로봇 등도 그런 방식이다.
한편으로 우주산업은 국가가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다. 우주산업은 유일하게 세계적으로 국가 예산이 투입된 규모를 집계하는 산업이다. 우주산업은 국가의 자존심과 바로 연결된다. 나로호 발사로 국민 돈이 엄청나게 많이 투입됐지만 모든 국민이 박수를 치지 않는가. 우주 로켓을 쏠 수 있고 달나라까지 보내면 국가 위상이 높아지고 국가 브랜드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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